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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엄마!
오늘 부안의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떠났던
엄마를 픽업해  집으로 올라오는 중에
참지 못하고 쓴소리를 하고 말았네요
엄마는  동네 통장을 맡고 있는 지금  한번씩
어려운 이웃들을 어떻게 도왔는지 나에게 얘기해
주곤하죠
자동차안에서 엄마의 그런 선행 스토리를
듣다  내가 말했죠
다른 사람 돕는 그 아이디어를 엄마 자신에게도
적용시키면 좋겠다고요

엄마를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실제 내게  넉넉한 수고비 한번 안 받고  우리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신 큰 은혜와 사랑에
감사함을 왜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요즘  빡빡한 생활비에   엄마에게 소소하지만 계속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곤
했어요

생활비가 넉넉치 않아도
여름휴가는 빼 놓지 않고 다니시는  엄마가
전라도 부안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곳에 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죠

엄마는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
왜 늘 여윳돈이 없는 걸까?
속상한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그래서 집으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차갑게 말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부안에 있는 솔밭 해수욕장이 좋으면
계획을 세워 휴가비를 미리 모아 놓으라고요!

미안해요
마음이 너무 답답해 그렇게 말해 버리고
말았어요
사실 남편의 성과급이 들어오는 달에
우리는 주택담보대출금을  먼저 일부 상환하고
평상시 월급은 생활비가 펑크 나는 일이 없도록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 매달 살아갈 때가 많아요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나는
남편과 아이
이렇게 셋이서 나들이를 가면  대체로
주먹밥에 국수, 떡볶이 같은 분식류 등을 먹고
올 때가 많아요
하지만 나만큼이나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엄마가 바로 5분거리에 살고 있는데
우리끼리만 쏙 드라이브 나가기 미안해
엄마를 모시고 가게 되면 분식을 사드리기 죄송해
현지 식당의
현지 인기메뉴를 먹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지출액수가 커지게 되곤 해요

시댁도
친정도 선뜻 밥값 계산해 주시는 분이
없다보니 드라이브 모시고 나가기도 가끔은
부담이 될때가 있어요

이 마음을 표현하기가 무척 조심스러웠어요

돈이 있어도 절약하는게 완고한 습관으로
베어 있는 시부모님은  그 습관때문에
지갑을 안 열고
돈만 있다면 그 누구보다 자식들에게  넉넉했을
엄마는  대부분의 날들에 여윳돈이 없어
식사비 계산을 못하고
그런 양쪽의 부모님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답니다

엄마!
솔직히 빈이 아빠 건강이 요즘 걱정 될때가 많아요
빈이 나이가 이제 7살 인데 7년 뒤면
남편 나이가 오십이 넘게 되요
남편이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회사 조직개편이
단행되면  우리가정의 수입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늘 긴장감을
갖고 대비를 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외삼촌은 지금 고희가 넘어서도
한여름 불볕 뙤약볕에 아파트 미화일을 하고 있죠
엄마는 이번 공공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탈락했다고
많이 실망했죠

내 노후는  다르고 싶어요 !

내가 노인이 되었을때
빈이가 근사한 곳으로 드라이브를 시켜주면
멋지게 밥도 사주고
우리 부부가 어딘가 아파 병원을 가더라도
딸이 우리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게끔 하고 싶어요

엄마!
세상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거 잘 알고  있어요
작년에 내가 영끌해서 집사느라 버거웠던 지라
올해 엄마  임플란트와 인공관절 수술비를
모두 동생들이 냈는데
그것이 내가 너무 애들한테 미안했고
그래서 공연히 엄마를 원망하고 말았네요

먹고 싶고 사고 싶고
가고 싶은  곳 많은 열정 많은 우리 엄마
오랜 자영업자 생활로 엄마 수입이
일정치 않았다는거 잘 알아요

엄마!
저축도 습관인것 같아요
습관이 안되어 있어 어렵게 느껴지죠?
조금씩 조금씩 연습해 봐요

오늘 내 글 엄마가 읽으면
많이 섭섭 할거 같아요
미안해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조금씩 계획적으로 짜임새 있게
지출한다면
엄마도 나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것 같아요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