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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건강한 거리

한 시간 뒤쯤이면 일어나야 한다
조카가 천안에서 모처럼  놀러를  왔다
버스를 타고 가서  화성행궁을 보여줄지
운전을 해서  호수공원을 다녀올지  고민중이다

불도 끄지 않고
씻지도 않고
장농안에 넘쳐 나는  것이 이불인데
얇은 무릎담요 하나를 걸치고  거실 전기매트 위에서
자다가 일곱시쯤 알람 소리에 깼다
자주 이런 일이 있다
수강 신청을 해 놓은 여러 강좌가 있지만
듣지 않고 드라마 보다가 잠들기가 수개월째 이다

더이상
엄마핑계, 시부모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
친정과 가까이 살며  딸을 키워주는 엄마에게
산 처럼 큰 은혜를 입고 있지만
성인이 되어 부모 가까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게
때론 마음의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늙어가는 부모들을 보며
나이들어 가는 내 삶을 더욱 더 책임지고
더욱 더 기도하고 성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부모들은 이제 예순을 한참 넘어
일흔이 다 되어간다

시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못하지만
곤궁하지도 않다
친정부모님은 노후 준비가 거의 안 되어 있지만
각종 약속과 소비 씀씀이가 적지 않다
친정 부모님  씀씀이에 맞춰 주며 살자면
나중에 그 분들을 원망 할 것 같다

지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부모라도 성인이 되었다면
본받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면  건강한 거리를
두는것이 현명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육아라는 큰 짐을 무보수로 오직 자식에 대한
사랑만으로 짊어지어 주신 친정부모님께
깊이 감사드리지만
경제적 운영이 미흡한 엄마의  요구를 들어쥤더라면
큰 원망만이 남았을 것 같다

더도 덜도 말고 반걸음씩만 나아가자!
아침이면 일어나 씻고 먹고 정리하고
아이 유치원 등원시키고 나도 출근하고
아이 하원시키고
운동하고
집에와 빨래하고
드라마보다 잠드는 일상의 연속이다
일정 중 드라마보다 잠드는 내게 실망의 연속이다
자기계발 강좌를 몇개나 신청해 놓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내게 번번이 실망이 되고
화도 난다

내년에 어쩌면 운이 좋으면 면접을 잘 치루고
대학원에 갈 수도 있다
공부가 너무 좋아서  가려고 하는 것은 전혀아니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 취업하려면
꼭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사십이 넘었지만
혼자 집에서 공부해 나간다는 것은 대단한
집념이 필요한 일이고
그게 잘 안되서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공부에 투자해 두는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  나가야 한다면
너무 부담스럽고 피로해서  감당 못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얼마간의 계획을 실행시켜 줄 돈이 있음에도
이런 중압감을 느끼는데 돈도 없는 경우에는
막막함 그 자체일 것이다

기도하고 또 기도할것이다
하나님이 함께해 주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된다
교회도 안 다니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성경도 읽다 안 읽다  하면서 이런 얘길 한다는
것이 민망하지만
종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이지만
하나님은 믿음을 갖고 기도하는 이를  바라봐  주는 분
같다

이제 15분 뒤면 글을 멈추고  일어나 씻고, 먹고,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 이다

엄마는 내 말을  집중해 듣지를 못하고
전화벨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나는 딸의 말을 집중해 듣지를 못하고
스마트 폰으로 장보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타임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누군가 내게 이야기 할때
다음에 내가 할말을 생각하느라
지금 얘기하는 이의 말을 깊게 듣지 못했던 적이
너무 많았다
반성하고 고쳐갈 것이다

지인이든
부모이든
각자
자기자신이 되어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일정한 거리는 꼭 필요해 보인다

훌쩍 이사를 가고 싶기도 하다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날 순 있지만
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식을 많이 생각해 주는 참된 부모가
되고 싶기도 하다

매 순간이 어쩌면
선물이고 기적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인간관계에 지나친 기대보다는
건강한 거리두기를 염두해 두고
감사
사랑
기도
겸손
지혜를 소망하며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