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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건강검진을 위해 강남을 향해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광역버스에 몸을 실었다
2호선 갈아타기 전에 사당역 지하상가를 걷는데
먹음직스런 스콘이 진열 되어있다
정말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위내시경이 있어 금식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남에 위치한 검진센터는 공장 같이 느껴졌다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바쁘게  카드를  찍으며
그날 부여된 검사를 받으러 다녔다
직원들과 인사는 나누었지만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그들도 나도 바빴기 때문이다
검사대기를  하는  동안 오랜만에 잡코리아
일자리를 검색해 보니 연봉3000만원이 안되어도
채용조건에 영어능통자(원어민수준),
혹은 컴퓨터활용능력 우수자 라는 단서가 붙어있었다
나는 이 두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지 못한다
영어는  땡큐라고 말하는 수준이고
컴퓨터는 왕초보만 겨우 뗀 레벨이기 때문이다

문득 집에 있는 일곱살 딸이 생각났다
당장 아이에게 영어공부를 시켜야 할 것 같았다

강남은 내게 공장같다
빠른속도
개성있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정형화된 문화
개인과 개인간에 존중 할 수 있는 거리가 없어
서로가 서로에게 피로를 느끼는
그러나 돈을 벌어야 하기에 누구나 유능해야 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직장문화
나는 이런 서울의 모습에 이십대 시절
지옥철을 타고 다니며 많이 힘들었었다
사람들은 무표정이다
그리고 빠르게 걸어다닌다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며
휴가를 받은 남편은 몹시 피로한 얼굴로
나를 픽업하기 위해 역으로 나와 주었다
몸이 약한 남편은 피로하면 짜증이 늘어난다
지금도 코를 골며 쿨쿨 자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집을  치우고  베란다를 청소하고
구입할 도서목록 구성을 부지런히 시작해야 한다
부지런히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돈을 벌지 않아도 생활  할 수 있지만
남편을 생각하면 내가 돈을 버는 능력을
반드시 키워 나야만  남편이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되더라도 충격의 여파가  작을 것이다
작년에도
올해도
남편은 부서가 없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행동이 느린  나는 미리 미리 움직이며
한걸음씩  경제활동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편에게만 가장이란 짐을  지고 가라고
하고 싶지 않고
딸이  다니고 싶다는 학원도 보내주고 싶다
가능하면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소형suv도
유지하고 싶다
그러나
주유비가 너무 많이 들어 경차를 타고 싶어진다
지금 타는 차는 안전감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길에 뿌리고 다니는 주유비가 점점
낭비같이 느껴진다

이제 정말 자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부지런히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스트레스가 적지는 않다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 나는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