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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천천히 나아간다

숨이 차게 달리고 있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영화를 보고 늦잠을 잘 것이
아니라 일정 정리를 하고 부지런히 집정리를
해야 좋았겠지만
영화를 보고 정오가 넘어 일어났다!

볕이 좋은 이 오후에 산책을 당장 나가고
싶지만 늦잠을 잤으니 그 만큼 집정리 먼저 하고
저녁 늦게나 나갈 수 있을것 같다

언페이스플
리처드기어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
미국영화라 화면에 빵이 자주 보이는데
마침 사 다 놓은 빵이 없는 것 같아
아쉽던 차에 엊그제 구입해서 두번정도
먹었던 밤 식빵이 꽤  많이 남아있는 것이 보여
커피랑 맛있게 먹었다
모든 음식은 배고플때 먹어야 찐 맛이 난다

내일 엄마가 김치냉장고에 남아있는 김치를
가지러 온다고 했다
지난번에 준 꽃게탕도 다 먹었는지 물었는데
안 먹었기 때문에 그것도 얼른 비우고
집을 정리해 놓아야 잔소리 폭격을 피할 수 있다

남편이 몇 년만에 친구들이랑
1박2일 강원도 여행을 갔다 오늘 돌아온다
일정이 짧아 아쉬울 것 같다
나도 강원도 여행가서 모닥불도 피우고
맛있는 생선구이랑 회도 먹고 싶다

우리는 결혼했지만
각자
개인으로서의 삶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

여행 떠나는 그를 내심 부러워하며
그가 만약 다른 여자를 사랑해 나를 떠나겠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배신감에 치가 떨릴 것 같고
현실적으로 생계에 대한 깊은 두려움에
고민하며 이혼은 못 할것 같아 속으로 끙끙 거리고
있을것도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가 회복 불가 하겠다 판단되면
이별의 수순을 밟을 것도 같다

참 좋은 면도 많은 남자지만
성격차이에 큰 실망도 많은 결혼생활
시댁이라는 무거운 짐도 벗어던지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어제 같이
이른 저녁을 함께한 미혼인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8년차 정도 되어 보니까
신뢰와 말 안해도 느껴지는 잔잔한 사랑
이 두가지가 없는 결혼 생활은 정말 힘들지 않을까
싶어!

요즘 나는 건강때문에 카페라떼를
덜 사먹는다
바꿔  말하면 하루 한 두잔 나를 위해
커피 정도는 충분히 사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한참 먹성 좋은 나이에 버스비를 세고
김밥 한 줄로 식사를 때워야 했던 이십 대 때와
비교하면 지금  타고 다니는 소형suv만 보아도
감개무량이다
안방  장농안에는 고이 모셔둔 루이비통 숄더백도
자리잡고 있다

매일 하나님께
감사하고 겸손함에 대해 기도드린다
감사와 겸손 사랑하는 마음
이 세가지가 우리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았기에
잘 못 한것이 있으면 바로 회개 기도를 드린다

이사를 앞두고 있어
치과검진
부인과검진을 미뤄두고 있다
난소종괴 병변이 보인다고 석달안에  재검진을
받으라고 한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끼니 때 맞추기가 애매해
운전하면서 간식을 많이 먹었더니
몸무게가 제법 늘었다
주변에서 살 쪘다고 빼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얘기 별로 들어본적 없이 살다가
자주 들으니까 살찐 사람들의 고충이 이해가 된다
내 몸이지만
마치  타인에게 심하게 평가 받는 느낌이다
나도 날씬할때 살 못 빼는 사람들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 거 반성한다

백신 부작용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 아침에 잃은
애통한 심정의 글을 읽으며
백신 맞기 싫어하는 동생에게 굳이
강권하지 말아야 겠다 생각이든다
친한친구도 초기에 자원해서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고 몇달간 병원신세를 질 만큼
심하게 고생했다

삶의 본질
이 부분에 대해 문득 문득 생각해 보는 것은
삶에서 목도하게 되는 죽음  때문이다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면
가까운 친척이 암진단을 받고 일년 남짓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적이 있다
건강하셨던 작은엄마는 심장마비로
너무나 착했던 작은고모부는 비가 많이 오던 날
회식이 끝나고 귀가 하시다  택시에 치여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돌아가셨다
맏아들의 죽음 앞에 숨소리도 크게 못 내셨던
사돈어른 . . .

우리는 누구나 다 조금씩은 바쁘게 또 바쁘게
달리는 삶의 여정 중에  중간 중간
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개미처럼 줄지어 쉼 없이
앞으로 또 앞으로 은퇴 할 때까지 나아간다

직장에선 그때 그때 부여받은 업무들이 있고
가정에선 가족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다
때문에 때때로 생계를 해결 시켜 주는
고마운 직장이지만 지겨울 때가 있고
내가 힘들때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끈끈한
가족이지만 상당한 부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일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청난 편리함을 선사하는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늦게 일어사서 벌써 오후 두시가 다 되었다

오늘도 나는 늦게 일어난 나를
조금  셀프 꾸중했지만
하나씩 하나씩 차분히 차분히
하나님께 기도하며 해 나갈 것이다

나도
그도
각자의 삶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이해하고
인정해 줘야 한다

리처드기어의 극중 이름은 에드워드
아름다운 아내의 이름은 코니
9살짜리 귀여운 꼬마의 이름은 찰리
코니가 바람핀 잘생긴 히스패닉계 남자이름은
폴 마텔

코니는 에드워드도 젠틀하고 자상한 남편이었지만
폴이
마치 에스프레소 원액처럼 진하고 신선하며
설탕까지 넣어 달콤했던 것 같다
폴에게 급격히 빠져들어
찰리의 하교 시간을 놓쳐 아들을 한참 동안이나
교문앞에서 기다리게 하고
집에 와서 눈물을 흘리다 아들이
맘!  하고 부르자 화들짝 놀란다
코니가 아주 많이 잘 못 했지만
인간은 자주 실수를 하고 성찰하고
좋은 방향을 찾아 늘 노력해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집정리 하기 귀찮으니까
내가 별 핑계를 다 대고 있구나 싶다 !

딸이 없을 때도
딸을 생각하면
내 생각, 행동, 태도 ,  바른마음을 갖으려 노력하게
된다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 질 때가 있을 정도로
나를 정돈하게 된다
한 생명의 어미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내 삶의 우선목표라면
내 삶이  먼저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주한 삶이지만
차분히
하나씩 하나씩
충분히 잘 해나갈 수 있다
나는 운이 좋다
모든 것이 좋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주님,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